2021년 6월 16일 수요일

학원 강사

이 도시는 아름답다. 특히 밤의 전경 같은 것을 보면 그렇다. 나는 아침에 조깅을 하는 편인데, 날이 춥거나 덥거나 아니면 몸이 피곤해서, 아니면 피부에 간질거리는 반점이 올라왔다는 등의 이유로 매번 나가기가 싫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나가면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운동을 시작하기 아주 직전까지 마음이 괴롭다는 것은 내가 남에게 잘 털어놓지 않는 비밀이다. 지금은 도시의 낮이다. 나의 직업은 강사이고, 나는 이곳까지 드리우고 있는 건물의 그늘을 일터 안에서 잠깐 보고 있었다. 계절이 바뀐 것을 느낀다. 마치 누가 놓고 간 과일을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집어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사람과 나는 친한지 친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친하거나 친하지 않다는 건 무슨 뜻일까? 나는 강사이므로 이런 문득 드는 의문들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보게 된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내게 가르침을 받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것처럼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항상 어떤 종류의 ‘학교’라는 것이 매개로 존재하고 나는 그 매개를 통해서만이 강사가, 아니면 선생님이 된다. 한국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말을 설명하는 것과, 지금 나처럼 그림을 가르치는 일은 같은 강사의 일이긴 해도 조금쯤은, 아니 꽤나 다르다. 예를 들어 이 도시의 아름다움 같은 것을 전하고 싶을 때도 그러하다. 전자는 ‘이 도시는 아름답습니다.’라고 단순한 예문을 적어줘도 끝나는 일이지만 내 일 같은 경우에는 그림을 가르치면서 그때에 있는 연관성으로 지금 마침 생각이 났다는 듯이, 그런 식으로 말해줘야 한다. 그런 일을 계속하다 보면 나는 딴소리를 잘하는 강사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나는 조금쯤은 바라고 있다. 지금은 운동은 아니고, 산책할 겸 밤에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서 물속에 손을 집어넣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손을 물에 잠그고 흔드는 등의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나는 그 아이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며, 때문에 그들이 하는 양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된다. 그들은 그러면서, 여기까지 비치기로는 어떤 종류의 웃는 얼굴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들과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바란다. 내가 늙을 때까지 어떤 종류의 방해도 없이. 그들은 나를 생각하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그들이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다면 나는 달리면 된다. 그들의 마음속에 나는 달리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며, 물론 그런다고 해서 하나도 거리가 가까워지진 않을 테지만, 그들이 빗길을 걸을 때. 흔들리지 않는 보폭처럼 나는 그들에게 서명을 남긴다. 그 서명은 알아볼 수 없는 글씨체로 쓰여 있다. 그것은 그들에게 내재하는 여러 곳으로 튀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다. 이 도시는 지금 아름답다. 내 가슴속에서 아니면 먼 미래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들이 자라서 다시 오늘처럼 강물에 손을 잠그고 어떠한 생각도 없다면. 나는 그 풍경을 지키고 또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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