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일 화요일

리틀 라이언

공책에 곰 인형이 그려져 있다. 이 곰 인형의 이름은 리틀 라이언이다. 이 곰 인형은 리틀 프렌즈라는 그룹에 속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실제 곰 인형 대신 곰이 그려져 있는 이 공책을 품에 안고 잠들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당황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너무 많이 잤기 때문이다! 이 공책 안에 그려져 있는 리틀 라이언도 멀뚱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불면증이 있는 나로서는 혹시나 하고 이 공책을 품에 안고 침대에 누웠던 것인데 예상보다 깊게 잠들었다. 내일도 품에 안고 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 곰 인형과는 달리 곰 인형이 그려져 있는(나는 이 공책을 600원 주고 샀다) 이 공책은 품에 안고 자기 좋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잠결에 내 몸에 눌려 귀퉁이가 접히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공책을 코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코팅해 놓은 책받침처럼. 하지만 코팅은 낱장으로 된 종이로만 할 수 있고... 또 어디서 코팅을 할 수 있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나는 그냥 최대한 조심해서 이것을 품에 안고 자기로 했다! 다음 날이 되자 나는 서둘러 공책에 접힌 데가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도 접힌 데가 없었다. 다만... 내가 이 공책을 품에 안고 잠들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킨 모양이다. 책상 위에 휘날려 쓴 글씨가 적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왜 공책을 품에 넣고 잠드니?’ 언니의 쪽지였다. 언니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말을 걸었다. “네가 자는 모습을 봤어.” “으응.”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공책을 품에 안고 자니까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언니, 나 김밥 싸줘.” “김밥?” “으응.” “그런데 왜 공책을 안고 잠들었니?” 나는 오기가 났다. 왜냐하면 먼저 같이 자주지 않은 쪽은 언니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딴청을 부리기로 했다.“내가 문구점에서 600원 주고 산 건데.” “응.” “곰 인형이 그려져 있어. 봐봐.” 그리고 난 공책을 내밀었다. “리틀 프렌즈라는 그룹에 속해 있는 곰 인형이야. 이름은 리틀 라이언.” “그렇구나.” 언니는 내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작은 악어가 그려져 있는 노트였다! “얘도 거기에 속해 있대. 읽어줄까?” “으응. 그리고 다음에 잘 때 책 읽어줘.” “관찰이 취미인 콘은 항상 프렌즈를 관찰하며 비밀노트에 무언가를 적습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언니와 나는 한동안 멀뚱하게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언니는 얼마 주고 샀어? 그리고 나처럼 잘 때 안고 자?” “난 700원 주고 샀어. 난 여기에 계획이나 그날의 일기 같은 걸 적어. 잘 때 안고 자진 않아.” “그렇구나.” “곰 인형 사줄까?” “아냐, 괜찮아. 그 앤 이름이 뭐랬지?” “콘이래. 리틀 콘. 내가 너랑 요즘에 한동안 같이 자지 않은 것은 네가 그런 방법을 스스로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어. 그런데 넌 정말로 찾아냈구나. 장하다.” “장해?” “응.” 리틀 라이언은 아직도 멀뚱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작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것은 지평선 위에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장난감 태양처럼 빈 캔버스 위를 그림 속의 열기로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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