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7일 월요일

국립출판사

‘국립출판사’는 ○○구 □□동 △△빌라 건물의 1층에 있었다. 간판은 정사각형. 안녕하십니까, 하며 길가에 면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자 입구를 등진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직원이 벌떡 일어섰다. 젊은 직원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듯 의자를 돌리며 잠시 허둥댔다. 그래도 아주 없는 일은 아니었는지, 대표님은 지금 안 계세요, 약속을 하고 오셨나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차 드릴까요, 메밀차, 커피, 블랙, 뜨겁게, 정해진 문답을 거쳐 안쪽의 손님용 공간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책과 잡동사니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방에서 쓰디쓴 커피를 마시며 직원과 사장이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통화를 마친 직원은 대표님이 한 시간쯤 뒤에 오실 텐데 괜찮으시겠냐고 물어 왔다. 반대로 내 쪽에서 이것저것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직원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문을 꽉 닫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타이핑하는 소리와 정적이 번갈아 이어졌다. 정적은 무거웠고 타자 속도는 빨랐다. 남은 커피가 링 모양으로 말라 갔다. 손님용 공간 겸 휴게실 겸 창고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악했을 즈음, 문이 저절로 쾅 하고 닫혔다. 벌떡 일어나 문을 열자 역시 일어나 있는 직원이 보였다. 직원은 나를 보고 있었다. 어째선지 나는 대표님이 지금 안 계신다고 말하고 말았다. 이것이 국립출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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