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1일 목요일

끝과 시작 같은 것

인파로 붐비던 거리에서 사람들이 사라진다. 비가 오던 그 자리에서 비가 그친다. 이천년이 끝나는 순간 이천일년이 시작되고 이천일년은 이천년을 돌아보게 한다. 텅빈 거리가 번화한 거리를 향하여 점등을 시도한다. 걸어가는 사람 옆에 서 있는 사람, 살펴가는 사람, 되돌아오는 사람이 서로의 일상을 진행하며 무색한 외출이 되지 않도록 준비한다. 그친 비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마른 하늘을 바라보면 비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젖은 것은 조금 더 젖어가고 더 이상 젖을 수도 없을 때 이보다 더 젖을 수는 없겠구나, 멈춘 자리에서 쉽게 마를 수도 없는 마음이 시작된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