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0일 수요일

오른날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어떤 유명한 사람이 말했다. 요즘이야 그런 비슷한 얘기조차도 안 하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꽤 자주 듣던 소리고, 많은 이들이 그럴싸하다고 느꼈는지(또는 그럴싸하게 들릴 거라고 느꼈는지) 너도나도 주워섬겼던 소리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가 하면, 右회전ONLY 토네이도가 전 세계를 휩쓸며 모든 것을 개박살내고 있는 것만 같다. 우리는 본래 깃털 뽑힌 싸늘한 몸통이었고, 다만 공중에서 죽음의... 혼란한 춤을 추어 왔을 따름인데, 날개를 치면서 날아가고 있다고(날아갈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 아니냐? 우리가 무슨... 어떤... 실패라도 ‘할 수 있다’는 믿음마저, 날개를 갖는다든가 날개를 가지지 못했다든가 날개가 한쪽이라도 있다든가... 그런 것조차도 오만한 인식 아니었던가 생각된다는 이야기다. 또 비슷하게 오래 들은 속담(?)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비유도 있다. 지면이 기울었으니 깎고 덮어 평탄화를 해줘야 한다는 소리...도 언뜻 직관적일지 모르겠으나, 나―무산계급의 감각으로는 좀 거리를 두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굳이... 공을 차야 하나? 이 세계는 일테면, 어느 방향에서든 미끄러져 내리고 마는 깔대기 모양으로 느껴진다. 혹시 공차기 경기도 그러한 미끄러짐 속에서의 착각(또는, 무슨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미끄러짐) 아닌가? 우리는 골대를 향해 공을 찬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미욱한 시야에, 세상사의 한심 참혹한 흐름을 겪으면 겪을수록, 우리의 짜릿한 미끄러짐―익스트림 인생(다시 말해 ‘운동’)을 중단시킬 만한 방도는, ‘우리’의 둘레를 극도로 좁혀 그 밖은 그냥 모른 척하거나, 아니면 깔대기 전체를 거꾸로 세워 버리는 것 외엔 없는 듯이 생각되고 만다. 거꾸로 세운다니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당연히 나는 죽음을 말하는 게 아니고, 길게 한탄을 늘어놓으려는 것도 아니다. (社名을 찾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한국 개돼지 정치사회학 3대 속설 중 마지막 것인, 극과 극은 통한다를 곰곰 떠올리고 있다. 대충 극단적인 것은 피해야 한다는 그 말의 취지와 달리, 과연 극과 극이 통하는 것이라면 진실로 중심(또는 중심이라는 진실) 역시 없어진다고 할 것이다. 물고 문 그 고리의 어딘가에 서서 누가 무엇이 옳다 그르다 주장해도, 그저 아... 하고 말지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 어쩌면 바로 그러한 상태(모두가 어떤 이유에서든 고리로부터 벗어나려는 상태)가 이 파괴적인 회전력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루고 싶은 것은 그냥 어디 좀 편하게 눕는 것이다. 평화이고 단절선이다. 어디서 자를 참인가? 가장 오른쪽 극단에서 딱 한 발짝 더 오른쪽으로 간 다음 왼날개를 찾아보겠다는 것이 출판사 오른날개의 (뒤틀린) 기치다. 로고 모티브로는 직각삼각형, 나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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