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9일 월요일

장난감 권총

누가 내 머리 뒤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그 권총이 환상 같지는 않았습니다. 탈칵, 하는 권총의 공이를 잡아당기는 소리가 나고 나는 약간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권총은 장난감 권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권총을 들고 나의 머리 뒤에 겨눈 것은 내 친구였습니다. 내 친구의 이름은 이나테입니다. 그가 권총을 내 머리 뒤에 겨눈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심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가 한마디도 하지 않는군요. 그가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이유는 내 머리 뒤에 권총을 겨누고 있는 이 상황에 조금이라도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해서일까요. “꼭 진짜 같아.” 내가 말했습니다. “그렇지, 뭐.” 드디어 그가 말했습니다. 나는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습니다. “이거 진짜 권총이야?” “아니, 장난감 권총이야. 네가 좋아하는.” 그랬습니다. 나는 장난감 권총을 좋아했습니다. 왜냐하면 겉보기에는 진짜 권총 같고, 권총이 발사될 때 BB탄이 튕겨 나오는 딱, 딱, 하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앗, 따가워라! 그가 내 머리에 겨눈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진짜 권총은 아니지만 실제로 BB탄을 맞아보니 이것도 꽤 아프군요. 나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왜 이런 장난을 했니.” 그가 말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따가웠지? 이건 너에게 일깨워 주기 위해서야.” 무엇을 일깨워 준다는 말이었을까요. “무엇을 일깨워 주려고?” “장난감 탄환이라도 맞으면 아프다는 사실. 넌 오늘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어. 넌 모를지 몰라도.” “미안해.” 나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권총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권총이 정말 진짜 같구나.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 그런데 그걸 맞았을 때는 꽤 아팠어.” “그래.” 그가 말했습니다. “권총을 맞아본 기분은 어때?” “장난감이지만.” 내가 말했습니다. “네가 왠지 좀 차가워 보였어. 말해주렴. 네가 왜 상처를 받았었는지.” “안 말해줄래. 왜냐하면 장난감이지만 네가 이 권총을 맞았으니까. 내 마음은 풀렸어.” 그렇다는군요. 하지만 난 궁금한데. 나는 웬만하면 저 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파이를 구우려고 하는데, 너도 먹을래?” “그럼, 좋지. 넌 파이를 맛있게 구우니까. 하지만.” “응?” “미안하다는 말은 한 번 들어야겠어.”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다시 권총의 공이를 잡아당겨 탈칵, 하는 소리를 내곤 내 머리에다 다시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이거 별로 안 아프다는 걸 나도 이제 아는데.” 그가 말했습니다. “됐으니까 빨리 나한테 사과해. 이게 어디서 넘겨 먹으려고.” 난 사실 남에게 사과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저 권총을 또 맞기는 싫으니 빨리 난 말했습니다. “미안.” 그가 말했습니다. “이제 빨리 파이 구워 줘.”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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