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5일 목요일

놀이공원

놀이공원에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에서 나는 회전목마를 탔다. 회전목마를 타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쳐다봤다. 해가 너무 쨍쨍해서 고개를 완전히 다 치켜들 수가 없었다. 회전목마에서 익숙한 클래식 선율이 들려 왔다. 회전목마가 끝나고 나는 왼손에 장난감, 그리고 오른손에 클러치 백을 들고 잠시 서 있었다. “놀이공원에 정말 아무도 없군. 어떤 일이 일어났길래.” 나는 듣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서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놀이공원 중심부에 있는 식당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경양식 돈까스를 하나 시켰다. 놀랍게도, 식당 안에는 대여섯 명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돈까스를 시키면서 나는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무도 없더라고요, 놀이공원에... 그래서 혼자 클래식 선율을 들으며 회전목마를 타고 온 참이랍니다.” “아” 하고 이십대 후반 남짓 되어 보이는 종업원이 말했다. “가끔 그런 분들이 계세요. 자유이용권을 끊고 입장했는데(그래서 사람들이 많을 거로 기대했는데) 그럼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텅 빈 놀이공원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고 말하시는 분들이요.” “가장 최근에 그런 사람이 나타난 건 언제쯤이던가요? 그리고 이 식당만이 특이하게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에서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글쎄요. 9개월 전쯤에 그런 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만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최소한의 인원은 필요해서가 아닐까요.” “게다가” 그가 말했다. “음식을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곧 괜찮아질걸요? 전에 오셨던 분도 그러셨어요. 그러니까 속에 뭐가 얹힌 것처럼요. 곧 내려가겠죠.” 식당에서 돈까스를 먹고 터벅터벅 걸어 나온 뒤 약 십 분쯤이 지나자 다시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으나 이 이후로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혼자서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을 터벅터벅 걷는 기분. 그것은 그리 유쾌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아지기 전에 그 기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관람차를 타고, 또 아쉬운 마음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결 아쉬움이 덜해졌다. 나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놀이공원에 잘 도착했으며, 자유이용권을 끊었으니 해가 어두워질 때까지 놀다 가겠다고 말했다. 다시 하늘을 보니 아까 전보다 태양의 열기가 조금 덜한 것 같았다. 나는 왼손에 들고 있던 장난감을 들어 올려 보였다. 가느다란 원통에 사탕들이 들어 있고 손잡이 부분엔 날개가 달려 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