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9일 수요일

30대 여성의 몸



최근에 도수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일단 턱을 집어넣고 허리에 힘을 주어 자세를 바르게 하시길 바란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근육의 문제, 자세의 문제, 식습관, 스트레스, 운동, 수면 부족, 모든 생활 패턴이 연결되어 통증이 생긴다. 나는 어떤 것에도 의아한 부분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몸에게 했던 모든 것이 되돌아온 셈이다. 특히 작가들의 경우 일자목은 흔한 증상이라고 보인다. 가끔 작가들의 목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운다. 외국 프로게이머와 한국 프로게이머가 서 있었을 때, 앞으로 쏠린 목을 보는 순간 바로 깨닫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다.

일터에서 주변 선생님들의 몸을 보면서도 격한 감정이 생긴다. 대부분은 허리 디스크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수술을 경험한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의 몸이 그렇다면 나는 괜찮다고 볼 수 있나?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룰렛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턱관절에 문제가 있었고, 스트레스로 인해 배 부분이 딱딱했고, 허리 관절이 약간 비틀려 있고, 일자목이라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있으며 허리 역시 일자인지라 충격 완화가 어렵다는 평을 받았다. 목을 고치고 싶다면 허리의 힘을 길러야 하고, 허리의 힘을 기르고 싶다면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 전체적인 생활 태도와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근본적인 이야기를 듣고 오는 셈이다. 

최근에는 “제때 샐러드를 먹고 있어요.” 라는 변명을 한다. 선생님은 30년 동안 누적된 걸 생각하셔야죠, 웃으면서 대답한다.

조금이라도 다리가 올라가면 선생님은 웃으면서 답한다. 

“그래도, 아직 살아 있다!” 

그 칭찬이 뭐라고 약간의 힘을 얻게 된다. 그는 어떤 운동이라도 하라고, 근육이 붙기만 하면 된다고, 균형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한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글에 대한 생각이 동시에 불어났다. 나의 삶은 글과 노동의 균형 사이에 있다.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시인이라고 할 수 있나? 작가라고 말을 할 수는 있는 걸까? 재빠르게 나는 노동자야, 라고 덧붙였던 건 퇴근 후 후진 글을 쓰고 있을 내가 괴로웠기 때문이다.

작가 테오도르는 <다시 쓸 수 있을까>에서 “글을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도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글을 시원찮게 썼더라도 내가 그걸 알아차리기나 할까? 아니면 내 책을 내줄 너그러운 출판사가 대신해서 벌벌 떨게 될까?”라고 말했다. 죽어서도 후진 글은 쓰기 싫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지만 후진 글이라도 써서 정확하게 엎어지겠다는 마음가짐이 지금의 내게 필요한 처방일 것이다. 

도수 치료를 받고 나서는 매일 글을 쓴다. 근육이 붙을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산문을 쓴다는 건, 시를 쓰는 것과는 다른 일이라고 느낀다.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고 균형은 나중에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올 때. 아마 도수치료 선생님과는 헤어져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이름을 모른다. 그가 얼마나 일을 했는지,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 아내의 직업은 무엇인지, 어떤 환자를 만나 힘들었는지, 어떤 체격을 가졌고,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는 안다. 그가 내게 어떤 용기를 불어 넣어줬는지도.

치료가 끝나면 달라져 있을까? 30대의 몸과 헤어진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내리막으로 향하는 코스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주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여성의 몸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래도, 아직 살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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