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2일 수요일

시간을 나눈 만큼 우리는 친밀해질까?

J는 왼쪽 유리 가벽에 기대앉는 걸 좋아한다. 뒤에는 Y가 앉아서 긴 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다. 옆에는 K가 앉아 허리를 튕기듯이 웃고 있다. 그들은 다른 빛을 뽐내는, 꼭 맞게 끼운 스테인드글라스 같다. J의 각진 안경테와 맞춘 듯이 J는 글씨도 반듯하다.

종이를 던진 아이가 모른 척하지만 그 안에 적힌 글씨체를 확인하면 범인을 알 수 있다. 이름이 없는 노트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쉽다. 아이들은 신기해한다. 제 글씨도 알아보세요? 아이들의 눈빛이 빛날 때, 언제나 수업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걸 느낀다.

이들을 갑자기 만나 익숙해졌듯이 헤어짐도 익숙한 것처럼 반응해야 한다. 시간표가 맞지 않거나 학습의 변화가 필요하거나 선생님이 바뀌거나. 이유는 타당하기에 능숙하게 헤어짐의 말을 준비할 차례만 남았다. 하필이면 말 많던 아이는 왜 이때 침묵을 할까.

괜찮아. 다시 만날 날 있겠지.

기껏 꺼낸 말이 이거라니. 우리는 매주 2시간씩 만났다. 웃고 쓰고 묻고 시간을 보냈다. 한 선생님의 통계에 따르자면 나는 아이의 시간에서 15% 정도 관여한 것이라고 한다. 

통계는 몰라도 J가 여전히 맨 왼쪽에 앉을 것은 안다. Y는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을 것이다. K는 여전히 허리를 튕기면서 몸 전체로 웃고 있겠지. 헤어짐에 익숙해진다는 말이 나에게 거는 암시에 가깝게 느껴진다. 

어딘가 자리 잡고 있을 유리 조각 같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과 헤어진 날에는 공원 흔들의자에 앉아 이팝나무를 들여다보았다.

문득 궁금하다. 아이들은 어떻게 헤어지는 걸까.

“아휴. 그러다 보니 십 년이 지났지 뭐야.”

선생님들의 말을 떠올리면서 아이들의 숙제 노트를 잘 포개두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