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7일 월요일

사춘기

우리 애가 사춘기라서요.

한선생은 아이를 들여다본다. 아이도 한선생을 들여다본다. 여기 심연에 빠진 사춘기가 길게 늘어져 있나? 아이는 키가 조금 컸다. 흔히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빌드업 되었다고 표현하는데 예전에는 통통했다면 지금은 책상이 작아 보이는 정도다.

선생님. 저 살쪘어요?

한선생은 살이 토실하게 올라온 볼의 움직임을 본다. 오동통한 팔뚝이 근심스럽게 한선생을 바라보는 듯하다. 한선생은 그저 많이 먹어두라고 말할 뿐이다. 성장판이 열려 있을 때, 많이 먹어두라고. 

하루는 다른 선생님들이 반에 앉아 있는 한선생을 쳐다보고는 “선생님이 생각 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던데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덩치 큰 아이들 속에 작은 의자에 앉아 생각하는 한선생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가 온 것이다.

저는 사춘기가 오고 있어요.

다온의 말에 한선생은 사춘기의 몸짓이 궁금해졌다. 사춘기는 어떻게 오나. 스멀스멀 기어오나. 재빠르게 달려드나. 아무도 다온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아이들답다. 그들은 비가 온다며 창문을 열고 우산 걱정만 할 뿐이다.

다온은 부모님이 말하는 사춘기는 부모의 말을 안 듣기 시작할 때이며 자신은 자신의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는 때가 사춘기라고 느낀다고 말한다. 사춘기는 느낌에 가까운 형상 같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주변 반응에 따라 자신이 사춘기구나, 깨닫는 것이거나 학습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해볼 수 있겠다.

그들이 두려운 건 중2병이지 사춘기가 아니다. 

어디선가 ‘흑염룡, 내 손안의 흑염룡’ 보란 듯이 주문 거는 소리가 들린다.  중2병? 말하는 순간 ‘크큭’ 웃는 소리와 손가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몸짓을 볼 수 있다. 너 변성기 오면 정말 이상할 것 같아. 한선생과 몇 명의 아이들은 눈을 가리면서 웃었다.

문득 김행숙 시인의 사춘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얘들아, 뭐하니? 나는 두 눈을 바깥에 줘버렸단다. 얘들아, 얘들아, 어딨니? 같이 놀자.” 시인의 말을 떠올리자 반쯤 눈을 가린 어린 친구들의 사춘기가 한선생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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