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9일 일요일

故 한선생



“선생님. 스승의 날 선물 줘도 돼요?”

한선생은 책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 다온은 그를 쳐다보고는 뒷말을 이어갔다.

“어린이날 선물 주실 거죠?”

보통 진실은 뒤에 있는 편이다. 

오늘은 윤동주의 삶에 대해 배웠다. 윤동주의 시가 쉽게 읽히지만 어렵다, 라는 표현을 할 때마다 아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조선어 수업을 아주 열심히 들었다. 최현배 선생은 철저한 원칙을 지키느라 학점을 박하게 주는 편인데도 윤동주는 100점을 맞았다. 혹시 아느냐. 너희가 유명한 사람이 되어 이 수업 때만큼 한선생이 점수를 잘 주었다, 라는 말이 기록될지 모를 일이라고.”

다온은 목을 가다듬고 자신이 성공해서 연설을 하게 되는 날,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故 한선생님은 제가 질문을 할 때마다 창의적이라며 칭찬을 해주셨죠.”

그는 덧붙였다.

“제가 성공할 때쯤이면 저도 육십은 넘었을 테니까요.”

생략된 죽음 앞에서, 한선생은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장례식에 아이들은 올 수 없을 것이다.

다온의 창의성이라......

그는 예전부터 좋은 답을 잘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는 축구를 하고 싶고 한 친구는 보드게임을 하고 싶고 한 친구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 

보통은 다수결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다수가 모두가 아니라는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몫을 포기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택한다. 혹은 문제를 안 푸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다온은 다른 문제를 풀지 않고 그 문제를 오래 고민했다.

“선생님 저는요, 친구들한테 축구 보드 게임을 하면서 영화를 틀어 놓자고 말할 거예요.”

고민하면서 친구가 이런 방법을 건넨다면 그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까. 아니면 더 좋은 의견을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길 것이라 예상한다. 

그는 공리주의 선택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한다. 앞에 있는 뚱뚱한 남자를 밀어서 다섯 명을 살릴 수 있다면?

보통은 기분이 나쁘다, 죄책감이 든다, 라는 말로 자신의 감정에 빠지는 반면, 다온은 또 고민한다.

“만약에 밀었다가 뚱뚱한 남자까지 죽으면 총 여섯 명이 죽잖아요. 그러면 더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그는 문제에서 강요하는 대답을 알고 설득하는 방법을 취한다. 숙제를 안 해서 결석한다는 친구가 있으면, 나는 숙제를 안 해도 얼마나 당당하게 오는데, 혼쭐내는 아이.

비가 오는 바다, 라는 말을 듣자마자 시의 한 구절 같다고 떠드는 아이. 윤동주에 대해서 분석하는 글을 잘 써놓고는 아래에는 이런 뉴스를 슬쩍 적어 놓는 아이. 



 

 “죽은 줄 알았던 시인 윤동주가 비밀스럽게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 그는 요양 병원에서 힘들게 시를 쓰고 있었다. 그의 제목은 ‘미스터리한 나의 삶’이었다. 그 시는......” 딴딴!


그의 창의성은 뛰어나다. 
하지만 문학은 안 하는 것이 낫겠다고 故 한선생은 생각했다. *










*다온이 친구들과 쓴 즉흥시. (그날은 비가 많이 와 아이들의 바지가 온통 젖었고 다들 우울해 하던 날이었다. 이 시를 한 줄씩 즉흥적으로 만들고는 즐거워했으니까 된 걸까?)

비가 오는 바다.
친구가 바다에 빠졌네.
고래가 친구를 삼켰네.
비가 오는 바다에
갑자기 
영웅이 등장했네.
고래의 배를 갈랐네.
비가 오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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