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1일 화요일

흑요석

흑요석은 돌의 일종이다. 다이아몬드보다는 값이 싸고, 에메랄드와 사파이어보다도 값이 싸다. 지금 내 발밑에 그 흑요석들이 몇 개 놓여있다. 나는 허리를 접어 고개를 아래로 하고 그것들을 집어 든다. 그리고 이리저리 손으로 만져본다. 나는 이 흑요석들을 팔려고 분수대 앞으로 가서 노점을 열었다. “이거 얼만가요?” 노점을 연 지 30분 정도 되었을 무렵 누가 와서 내게 물었다. “3만 원이요.” “너무 비싸네요. 좀 깎아주실 수 없으신가요?” “죄송합니다. 못 깎아드려요.” “네...”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갔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시 뒤돌더니 이리로 와서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흑요석이었다! “혹시 이것과 이것, 그러니까 흑요석들끼리 바꾸지 않으실래요?” “네?” 하고 나는 약간 당황스러워서 되물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것.” 그 사람은 자기 품 안에 든 흑요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것.” 그 사람은 노점 위에 놓인 내 흑요석을 가리켰다. 기이하게도 그 두 흑요석의 모양과 크기는 거의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흡사했다. “바꾸지 않으시겠냐고요.” 나는 눈동자에 이채를 띠고 답했다. “네, 이것과 이것이라면. 바꿔요. 좋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품에 있던 흑요석 하나를 이쪽으로 건넸다. 나도 내가 가지고 있던 흑요석을 그 사람에게 건넸다. “그런데” 내가 말했다. “왜 품속에 흑요석을 넣고 다니시는가요?” 그 사람이 한쪽 눈을 크게 뜨고 내게 말했다. “이렇게 바꾸면, 그러니까 동일한 것끼리 물물교환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처음에는 돈으로 사려고 했잖아요?” “그렇죠, 뭐.” 나와 그렇게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눈 그 사람은 나와 성별이 같았고 나이가 좀 더 많아 보였다.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우리가 아까 바꾼 것이 모양과 크기가 흡사해 보였더라도,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그 사람의 말을 끊고 내가 말했다. “네, 더 비쌀 수 있는 법이죠. 아무리 모양과 크기가 흡사해 보였더라도” 내 말을 끊고 그 사람이 말했다. “보는 안목에 자신이 있나 봐요?” 내가 말했다. “아뇨, 자신은 없어요. 전 단지...” 내 말을 끊고 그 사람이 말했다. “그렇군요... 당신은 내 눈을 보고 있었어요. 그건 내가” 그 사람의 말을 끊고 내가 말했다. “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내 말을 끊고 그 사람이 말했다. “세상에나. 그걸 분간할 수 있다고요?” “아뇨.” 내가 이어서 말했다.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바꿔봤어요.” 그 사람은 꾸벅, 내게 인사를 하곤 사라졌다. 그리고 나머지 흑요석들을 다 팔기까지는 약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 흑요석들을 사 간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다. 이것으로 반지를 만들겠다는 사람부터 이것을 베개에 넣고 잠들 거라는 사람까지. 나는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하나같이 웃는 낯으로 흑요석을 팔았다. 그리고 그 도중에 아까 흑요석으로 흑요석을 교환해갔던 사람이 생각났다. 그리고 노점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중에 그 사람이 내게 찾아왔다.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저, 이건 아까 까먹고 못 드렸던 말씀인데요. 혹시 저랑 알고 지내지 않으실래요? 그러니까 저, 친구요.” “좋아요.” 나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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