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2일 수요일

그 여름, 산타


산타를 믿으세요?

도를 아십니까, 와 비슷한 질문처럼 들린다. 이럴 때는 대답을 하지 않고 신중하게 되묻는 편이다. 

넌 믿어?

질문을 걷어내면 친구의 믿음이 보인다. 기가 차다는 듯이 혀를 차는 아이와 열혈 신도가 6:4의 비율로 나뉜다. 열한 살. 믿음을 논하기엔 애매한 나이다.

요즘의 산타 할아버지는 꽤 바빠 보인다. 저는 아이패드를 받았어요. 저는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가족이랑 호텔 여행을 갔는데 혹시라도 산타 할아버지가 저를 찾을까봐 편지를 남기고 갔어요. 신기하게 호텔에 선물이 도착했고 제 침대에 프린트된 편지가 답장으로 놓여 있었어요. 

산타 목격설도 종종 들린다. 밤 12시에 눈을 떴더니 창문을 통해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어요. 승강기에서 만난 애들도 있는 걸 보니 시대가 바뀌긴 한 것 같다. 프린트를 하고 아마존에서 아이패드를 구매할 줄 아는 할아버지는 무슨 세대일까. 

사실은,

한선생이 입을 떼자 구석에서 한 친구의 동공이 매우 흔들리고 두 손을 꼭 모은 채 서서 소리를 지른다.

“동심 파괴하지 마세요!”

뒤에서 우리 엄마는 산타가 없대, 중얼대는 소리가 들린다. 

한선생은 느릿하게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산타 위치추적 서비스 주소를 칠판에 적어주었다.* 올해 산타는 코로나 19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말도 건네주었다. 

아이가 자신의 집 근처에 와 있는 건 아니냐고 물었고 한선생은 겨울이 되면 찾으라고 말했다. 만약 네가 이 여름을 잊지 않는다면. 



*24일 https://www.noradsanta.org 페이지에서는 산타의 현재 위치, 다음 행선지, 지금까지 배달한 선물 개수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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