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5일 화요일

소송

아이들은 법 앞에 서 있다.

최근 아이들은 주식을 하고 공매도를 걱정하고 테슬라의 주가를 물어본다. 초등생의 눈높이에 맞게 저금통의 예시로 설명하시오, 라는 글자를 보면서 한선생은 그들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잠시 생각한다. 물론 생각을 할 뿐이다. 통장에 부모가 넣어준 돈이 충분한, 저 선한 표정의 아이를 바라보면서.

경제 관념이 달라졌듯이 아이들의 싸움 양식도 달라졌다. 옛날과 비슷한 점이라면 역시 애들 싸움은 치열한 구석 한 부분에서 뭔가 맹한 맛이 있다는 점이다.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 (울먹)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들 앞에 CCTV가, 법이 놓여 있다는 것이겠지. 도둑질이나 폭력, 욕설의 경우 처벌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간혹 애매한 것들이 문제다. 상대방이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는 것, 욕은 아니지만 욕에 가깝게 비난을 받았다는 것, 옆 아이의 목소리가 커서 자신의 목소리가 묻혔다는 것,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반복된 마찰이 부모에게 들어가 결국에 부모의 싸움이 된다는 것.

특히 저학년이 그렇다. 초등학교 2학년의 아이들은 선과 악의 개념이 없어 보인다. 의자가 다리에 닿지 않아 동동 흔들고 있는 뒷모습. 부모가 정성껏 입혔을 카디건이나 재킷은 집 안방인 양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저마다 사이좋게 가방도 떨어져 있다. 

한없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가도 세상 서럽게 우는 것도 잘한다. 부딪히는 일도 잦고 서로 누가 잘못했는지 구분을 짓는 것도 못한다. 세상 영특하다가도 셈을 못해서 손해도 곧잘 본다. 가끔은 자신이 즐겨 앉던 자리를 두고 싸우고 말을 밉게 했다는 일로도 싸우고 화해도 잘하고 이르기도 잘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부모의 귀에 들어가는 날, 이제 다른 문제로 변할 것이다.

소송이요?

이유가 뭐래요?

B가 A를 주눅 들게 했대요. 

A는 법조계 집안의 아이였고 B는 대대로 부잣집 아이였다. 한쪽이 법을 들고 오자 한쪽은 하면 되지, 여유를 부리는 것이었다. 한선생은 그 사실은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웃고 있는 A와 B를 보았다.

옆 반 걔 별명이 뭔지 알아요? 원펀맨*이래요.

아이가 직접적인 폭력을 쓰게 되는 경우, 이제는 모두의 문제가 된다. 그 반의 부모들, 선생, 저 멀리 그 아이의 얼굴을 모르는 한선생까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한선생의 어린 시절은 어땠더라? 아이들은 그저 해맑게, 오늘은 복수의 날이야, 라고 떠든다. 그들에게 복수라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날일 것이다. 

A와 B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펼치면서 묻는다. 

선생님. 몽테예요? 몬테예요?

그저 발음이 궁금한 아이들을 앞에 두고 한선생은 칠판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대머리에 맹한 얼굴, 다소 촌스러운 복장을 한 사이타마는 아무리 봐도 유약한 소시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혹독한 훈련을 거쳐 비현실적인 힘을 손에 넣은 인물이다. 그 힘을 이용해 어떤 괴수나 로봇도, 심지어 외계인까지 주먹 한 방으로 해결해 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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