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6일 화요일

소개: 미아와 접시

미아

너는 모자를 쓰고 있다. 너는 장난을 한다. 너는 뭔가를 이룩하고자 한다. 너는 추동된다. 너는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이다. 너는 쫓아간다. 너는 가는 길에 장난을 한다. 나처럼. 너는 길게 이어지는 장난을 한다. 너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는다. 너는 쫓아가는 사람이 아니게 된다. 너는 비 오는 하늘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너는 미아다. 너는 길을 잃은 사람이다. 너는 더 이상 힘도 없을 때까지 달린다. 너는 바보 같은 난쟁이이며 드높임이다. 너는 말을 한다. 너는 기다림이다. 너는 언제나 웃고 있는 사람이다. 너는 길에서 물건을 줍는다. 너는 그것을 잠시 바라본다. 너는 야구공을 갖고 있다. 너는 그것을 던진다. 너는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일 뿐이다. 너는 벗어 놓았던 모자를 다시 쓴다. 너는 기다림이 끝났다고 말한다. 너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너는 손가락으로 빈 공중에 글씨를 쓴다. 너는 비가 오는 거리를 걷는다. 너는 다 끝났다고 말한다.

접시

그때 너는 접시를 떨어뜨리곤 곤란한 얼굴로 이쪽을 봤어. 그것이 네 접시였는지 혹은 내 접시였는지 구별은 필요치 않았어. 단지 접시를 떨어뜨리는 소리가 있었다는 사실. 착각하지 말라던 네 말이 떠올랐어. 그때 너는 접시를 하나 더ㅡ일부러라는 것 같아ㅡ 떨어뜨렸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이 된 것처럼 너는 접시를 떨어뜨릴 때 거실의 커튼에 휩싸여 있었단다. 그렇게 일부러 떨어뜨려 놓고서도 너는 이쪽을 봤지.
할 말이 없었어. 그저 네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사실. 그것이 네 접시였는지 내 접시였는지 몰라.


*<미아와 접시>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글이 올라오는 태그입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