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9일 월요일

신의 마음

“선생님, 승려가 뭐예요?”

아이들은 승려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에 신화나 전설이 있음을 배웠지만 아직 승려라는 단어는 이해하지 못했다. 한선생은 스님을 본 적 있는지 물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교의 가르침을 수행하거나, 포교하는 종교인에 대해 설명하자 석훈은 “쌤, 저 예전에 본 적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한선생은 진도를 나가야 했다. <삼국유사>가 왜 만들어졌는지, 설명을 해야 하는 문제들이 남아 있었다.

“길을 지나가는데요." 

모두가 석훈의 말에 귀 기울였고, 선생은 잠시 들어주기로 했다.

“아줌마들이 스님들 앞에서 빡빡이들아! 교회나 가라! 소리치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이건 안 된다. 빡빡이라는 단어가 나온 이상, 이 수업은 아득해진 것이다. 저 멀리 ‘대머리’라는 말이 나왔고, 스님들은 원래 대머리예요?부터 교회 욕하지마,까지 순식간에 우리의 역사는 사라지고 그들의 목소리와 해맑은 웃음소리만 가득해졌다. 

한선생은 침착하게 종교인에 대해 설명했고, 그들은 스스로 머리를 체발하여 세속과 구분 짓는다는 것, 그것과는 별개로 누구나 대머리가 될 수 있음도 보너스로 설명했다. 최대한 진지하게 말해야 아이들이 집중한다. 그때 저 멀리 “제가 신이라면 인간들이 짜증났을 거예요. 선생님은요?” 질문이 던져졌다. 둥글고 풍성한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흔들거렸고 한선생은 

개미굴을 지켜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다. 

우리는 신이 아니므로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내가 신이라면 글쎄, 인간이...... 가엾지 않을까.” 한선생이 말하자 아이들은 “쌤, 쉬는 시간이요.” 라며 시계를 초롱하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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