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사의 이름은 게친이었다. 게친은 스피커를 둘러싸고 있는 힘과 그 역인 주술과 제약을, 주술사들의 커뮤니티를, 그들의 강령을 말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처음의 말, 죽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증명하고자 했다. 위로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야. 게친은 입고 있던 자색 로브의 안주머니에서 이상한 물건을 하나 꺼냈다. 그것을 무어라 말할지? 스피커는 그가 꺼낸 물건을 곧잘 해석할 수 없었다. 그것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이에 꽃줄기처럼 몸이 가늘었다. 그것의 온몸은 검은색으로 광택이 났다. 게친이 그것의 툭 튀어나온 엉덩이를 누르자 그것의 주둥이에서 금색 창날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게친이 그 창날을 손에 찌르자 손에 새까만 피가 찍혔다. 게친은 그 새까만 피로 손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게친은 말했다. 이것은 사후세계의 물건이다. 사후세계? 게친은 자신이 사후세계의 물건을 가져올 수 있는 주술사라고 말했다. 그것이 내 주술이다. 잘 모르겠어도 사후세계라는 말을 듣자, 스피커는 죽을 의욕이 뚝 떨어졌음을 느꼈다.
스피커도 알기는 안다. 어느 민족에게나 죽은 다음의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를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서 종교서적을 주워 읽기도 했다. 쓰여있기로 사후세계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다. 그곳에 가려면 삯을 지불해야만 한다. 입장권을 사려면 충분한 양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거기 가려면 아주 오래 아프고 그 아픔이 낫지 않아야 한다. 거기 가려면 허덕여야 한다. 그래야 거기서 행복한 영생을 누릴 수 있다. 스피커는 믿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상의 어떤 것들, 슬픔과 외로움 괴로움 같은 것은 겪어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인간은 고통을 반겨야 한다. 반기다 반기다 더 달라고, 더 내놓으라고 죽어버릴 때까지 애걸복걸해야 한다! 그것은 나어린 스피커가 보기에도 참 역겨운 일이다. 스피커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게친이 사후세계의 물건을 내보이며 사후세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게친은 말했다. 사후세계는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니. 얼른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스피커는 반문했다. 그럼 사람들이 죽는 건, 행복을 모르는 사람들, 삶의 어떤 부분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내지 못한 사람들, 안감이 뾰족한 쇠꼬챙이로 되어 있는 옷을 입고 있는 듯 깨어있는 매 순간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죽는 거, 제 풀에 죽고 싶은 사람들, 어쩌면 나와 당신이 그곳에 가는 거. 그거야말로 좋은 일 아닌가? 게친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곳은 이곳보다 좋지 않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여기보다 나쁜 곳에 가기 위해 죽을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네가 말한 사람들 또한 죽을 필요 없다. 살란 얘기가 아니야.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죽지 말라는 얘기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