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7일 토요일

선원

나는 왜 쓰는 자가 되지 않고 선원이 됐을까. 꿈에서 깨어나며 부르튼 손으로 그물을 쥐었다. 그물을 걷어 올리며 간밤 꿈 생각. 꿈을 꿨다는 것만 기억하고 꿈은 기억하지 못했다. 눈이 찡그려져서 동녘에서 해가 천천히 솟아오르는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고, 졸음이 쏟아져서 지금 내 입안에 뭔가가 한가득 들어찼다는 걸 알고. 나머지 것은 잘 모른다.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나는 움직이고 있는데 나는 왜 쓰는 자가 되지 않고 선원이 됐을까. 생선의 파닥임이 멎어서 작은 것들에도 영혼이 있다는 걸 알고. 선창의 비린내가 코를 찔러서 무수한 영혼이 학살당했다는 것을 알고. 땀이 차가워서 오늘치 죄업이 끝났다는 것을 아는데. 구름 몇 점에 시야가 흐려지며 나는 왜 쓰는 자가 되지 않고 선원이 됐을까.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