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8일 목요일

아이들

“그리고 몇 가지 제합시다. 누가 저것을 만들었느니 하는 얘기를요. 우리 아닌 문명, 우리 아닌 존재, 신? 그런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할까요? 중요하지요. 중요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물론 다른 대원들 얘기도 중요하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말할 것은 여러분을 다소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각자의 태도가 담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는 그런 시선이 어려운지 원탁을 내려다봅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쳐들어요.

“저 별에 대해 알고 난 이후로 난 생각을 검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옳지 않은 생각, 악한 꿈을 꾸게 될까 두려웠던 겁니다. 생각을 자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전에는 사실 생각을 많이 했지요.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거요. 사람을 죽여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머릿속에서요. 이 안에는 제가 죽여버린 대원도 몇 명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살인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고 코로 맡을 수 있고, 아까 꺼낸 사과와 같이 만져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내 머릿속에는 애걸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들이 가엽고 눈물겨울수록 그들을 해치는 내 상상은 더 즐거워져요. 그들은 말하지요. 멈춰달라고, 괴롭다고, 미안하다고 말입니다. 이보다 더한 생각도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누군가의 머릿속에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안 좋습니다. 대원들은 험악한 상을 하고서 당장이라도 그의 입을 틀어막을 것 같아요.

“여러분이 했던 것 중에 가장 추악하고도 정당하지 않은 생각은 무엇이었죠? 기억하고 있습니까? 기억에서 사라졌어도, 그것은 생각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생각은 이뤄졌어요. 박해자가 등장하면 다행이지요, 그러나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무고한 희생양들이 서식합니다. 저 별에서 피와 살을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내겐 그것이 영화 속의 일처럼, 연출된 일처럼 여겨지지 않아요. 내가 지금 여기서 말하고 있는 일과 같이. 그리고 이제 모르게 되었어요. 나와 여러분이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러므로 난 같다고 느껴요. 알면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까? 묻어 넘길 자신이 있어요? 난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과 저들은 구별되지 않으니까요. 이제 나는 인간이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별을 다림대로 하여 우리의 영혼을 고르게 펴야 한다고요. 삶이 곧 수양일 수 있도록. 그를 위해서 우리는 윤리를 다시 얻어야 합니다.”


수의 무녀 - 입출력의 건 - 화상 담당자가 유약함 - 머릿속 사과, 우리 손에 들어온 - 정비공 대원 - 갑론을박 - 양가감정 - 윤리의 감각 -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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