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8일 목요일

맹인 안마사


그는 서른여섯 살에 시력을 잃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온전히 앞을 볼 수 없었을 때 맹인 안마사를 뒤늦게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일이 없어서 의아했다. 그는 습관처럼 사람들과 시선을 맞추고 대화한다. 여전히 안경을 낀다. 많은 이들이 너 사실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붙들고 시비를 건다.

자신이 시력을 잃었음을 증명하면서 그는 일을 한다.

“손을 내밀어 주면 되는데 자꾸 끌고 가요. 그러면 모든 균형을 잃어요.”

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엉덩이를 내빼고 조명 아래 끌려가는 흉내를 냈다. 라디오에서는 휴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고 그는 내게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를 일 년 정도 만났지만 여전히 처음인 사람이다. 최근의 그는 머리를 깔끔하게 자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안경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의심해서 맨얼굴로 다니다가 부딪혀 수십 바늘을 꿰맨 이후로는 더욱.

“이 직업도 보람이 있어요. 아픈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죠. 하지만 노래를 하고 싶네요.”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최근에 오디오북을 들었다고 했고 제목은 모른다고 했다. 아무리 많은 책을 들어도 제목을 읽을 수는 없다고 했다. 몇 달 뒤에는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게 완전 다른 세계예요.”

나는 그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고 똑같이 질문한다. 그가 운동하냐고 물으면, 나도 어떤 운동을 하냐고 묻는 방식이다. 그는 주로 계단을 올라가는 운동을 한다고 했다. 고층 건물을 오를 때면 계단을 이용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다. 그는 찜질을 가져왔고 언제나처럼 나는 천장을 보며 누웠다.

그를 보면서 심재휘 시인의 <중국인 맹인 안마사>를 떠올렸다. ‘손으로 더듬어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것들아 /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늘어지는 것들아 // 숨을 쉬면 결리는 나의 늑골 어디쯤에 / 그의 가게가 있다’*

최근에는 캐치볼을 하고 종종 찾아간다. 그는 캐치볼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침착하게 공을 던지고 받는 간단한 놀이라고 말했다. 다치지 않게 주로 연식구를 던지고 글러브로 잡고 대부분은 공을 잡으러 뛰는 시간을 보낸다고. 그는 야구 같은 거네요?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내게 어떤 일을 하냐고 물었고, 다시 그가 지압해줬던 유명한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 방문한 사람처럼 지압을 받았다.

*그의 지압 솜씨는 좋다.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늘어지는 것이 있을 때, 나는 그를 찾아간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