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베데스다의 집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베데스다의 집>은 사회복지시설로 정신지체 노인 및 결손가정을 돌보는 곳이다. 낭독을 하러 도착했을 때 그들은 짧은 시간에도 환대해줬고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들의 맨얼굴에 깃든 햇빛이 기억난다. 그날 나는 프린트된 시를 손에 쥐고 통유리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모두는 아니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여기에 앉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사람은 뭘 해야 할까?

활자가 필요 없는 몇몇 사람들 앞에서 종이를 쥐고 낭독하는 사람. 그들이 열심히 듣고 있을 때, 지금 이 소리는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소리라는 것이 온전하게 전달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떤 확신을 가지지 못할 때, 왜 진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를까. 사람은 이런 순간에 진심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순간의 감정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서

그들의 얼굴을 보았고 그날의 공터를 보았다.

가끔 낭독을 할 때면, 여전히 그날의 풍광이 반복됨을 느낀다. 어디에 있든 다시 전라북도 완주가 펼쳐지고 그날의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종이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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